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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병원일지

과민성 대장증후군인줄 알았으나 가스실금 걸린 이야기

by LI_SE 2019. 10. 16.

대입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생 때 갑자기 과대증에 걸렸는데

알고보니 가스실금이었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완치는 못했지만, 잘 살고 있다.

 

카테고리 제목 잘지었다. 걸어다디는 병원일지 항목을 만드니까 쓸 내용이 많다.

 

아무래도 내 원인은 스트레스와 식습관때문이라고 본다.

원인 자체를 알 수 없는 병이고 치료법도 딱히 없던 병이라 

처음 카페에 가입했을 때 막막해하는 사람이 많아보였다.

그리고 실제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는데 관련 제품으로 돈버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숨도 나왔다.

 

아무튼 고1때 학교 상급반에 들어가 야자수업 때 수업을 들었고

매일 야자가 끝나고 야식을 먹던 때였다.

거의 학기 초였는데 이짓을 한 2주정도 하니까 언제부턴가 나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게 느껴졌다.

그냥 주변에서 "어디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 이런 말을 하거나

버스를 타면 몇 분 안지나서 내 앞사람이 창문을 열거나

이런 일이.....있긴 했는데 저걸 보고 알았나? 그냥 악취니까 쉽게 알아차린 것 같다.

 

처음에는 검색해보니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가스형이란다.

그런데 점점 알아보니 내 증상은 완전 가스실금

괄약근의 힘이 약해서 조절을 못하고, 방귀가 새어나오는 특징이 있었다.

+ 정확한 병명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것 같은데, 그냥 장 내에 가스가 많이 차있다.

엑스레이로 찍어봤는데 안이 살짝 뿌연느낌이다.

 

즉 

"너 방귀뀌었냐?"

"아닌데...?뀐 기억이 없는데...?"

이래도 범인이 나인 병이다.

일단 무릎꿇고 봐야 하는 병이다.

자기가 알아서 새어나온다.

 

문제점은 이게 무슨 향수도 아니고 

방귀에서 꽃 향이 나올리가 없지않는가

냄새가 구리다.

이게 학생이 걸리면 큰 문제가 

반 애들이 어디선가 소똥냄새 난다고 문열고 난리친다.

그 당시에는 주변친구들한테 양해를 구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철판깔고 입다무는게 현명했을걸...이라고 생각한다.

괜히 말해봤자 좋을 것도 없긴한데 반 친구들이 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은데

악취가 난다 -> 주변사람들의 부정적 반응 ->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 또 악취가 난다

무한반복이다. 악의 순환고리다.

무슨 무한으로 즐겨요 명륜진사갈비급이다.

 

+ 가장 큰 문제는,

이게 당사자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데 주변 사람들은 모른다.

심각하면 사회생활을 중단하려는 사람도 있고, 카페에 정말 괴롭다고 우울증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의 글도 있었다.

자살하고싶어요라는 글을 봤던것 같은데 이건 확실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항상 씻고 다니고 아무 잘못도 없는데, 생선비린내같은 냄새가 나니까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은 대놓고 불편함을 표현하고,

주변 사람중에서도 생각없는 사람들은 놀리거나 비하하는 경우도 있으니

난 열심히 살고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안친한)주변 사람들은 '안씻고 다닌가보다' '얘 항상 악취난다' '뭐야 방귀 참고다닐거지 예의가 없네' 이런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막 내뱉는다.

짱친은 말해봤자 '야 너 발냄새나' 이정도에서 끝나거나, 내 고민을 이야기해도 '괜찮아 안나는데?'이러지만

서로 알긴 아는사이지만 안친한, 거의 모르는사람에 가까운 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래도 신경쓰지 않는 주변 사람들이 있어서 비교적 마음 편하게 살고 있지만,

이것때문에 인터넷을 찾아보고 항상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향수라도 뿌려봐요"

"완치 거의 불가능이니까 차라리 철판깔아요. 마음이라도 편해야죠"

라도 말해주고 싶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다른 유형에 걸린 친구들은 은근 있지만

가스형에 걸린 친구의 수는 적은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해결 방법이 없었는데....

 

 

몇 개월 지나니까 드디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향으로 덮자'

난 천재였다.

 

운동이나 밀가루를 줄이는 방법도 있긴 하다.

그걸로 호전되었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건 장기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는데

지금 당장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그걸 해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냄새흡수패드, 냄새걸러주는패드(특징:비쌈)는 효과없다.

 

 

처음에 시도했던 친구는 핸드크림.

덮어야 하는 상대가 구린 방귀냄새기때문에

약한 향으로는 절대 못덮는다. 그래서 과일류의 향을 선택했다.

하지만,,,,

복숭아향과 구린내가 섞여버릴 줄은 몰랐다.

그 후로 핸드크림은 버렸다.

핸드크림은 거의 20-25분에 한번씩 발라줘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다음부터 향수에 입문하기 시작했다.

장점은 향도 좋고 심적으로 좀 안정된다는 점이고

단점은 향수 자체가 유해성분도 존재하니 몸에 좀 해롭다는 것과

(계속 뿌리고 다니면 몸이 좀 안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것 또한 지속시간이 짧아 1시간에 1번씩, 좀 괜찮은 상태면 2시간에 1번씩 뿌려야한다.

하지만 나는 귀찮아서 강의 하나에 한번씩 뿌린다. 2~3시간에 1번씩.

근데 이러니까 후반부에 구린내가 슬금슬금 올라오려고 했지만 알게뭐야라는 마인드로 수업듣고 나갔다.

향은 프루트(과일류)~플로럴(머스크 막 하얀색 텁텁한 향 느낌 말고 진짜 꽃 향) 이정도 사이랑

향수중에서 중성향수라고 남여 둘 다 써도 좋은 향수들이 있다. 그 라인으로 샀었다.

뿌리고 다닐거면 휴대용 향수가 제일 편하다. 오랫동안 쓸거면 성분도 조금은 확인하는게 좋다.

 

 

그래서 향수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서 정서적으로 조금 편해져서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가면 다 낫는다는 개구라같고 좀 낙천적...?

그냥 "그래 니 알아서 해라" 라는 마인드로 살면 된다.

악취 나면 "또 시작이냐? 어휴.. 내가 봐도 지독하네" 이런식으로.

완벽한 완치 방법도 없는거라 마음을 조금 편하게 가지는게 좋다고 생각한다.